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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똘슐랭가이드)

속초 옛골 - 아구수육이라는 보물을 만난 곳

by 또링또링 2021.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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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똘이 아부지입니다.

 

2021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최근 멘탈 유지가 힘든 일들로 인해 여러모로 뒤숭숭하고 심신이 녹록치 않았습니다. 이런 답답한 마음에 어무니랑 똘이를 데리고 갑작스레 속초에 1박 2일을 다녀왔는데요. (제가 봐도 너무나도 계획에 없던 충동적인 출발)

 

속초 터미널. 뒤의 눈 덮인 산이 인상적이다.

 

 

근데 이게 머선 129.... 속초에 지난 주 크리스마스 때 눈폭탄이 선사되어 아직까지도 길바닥에 눈이 수북히 쌓여있었습니다... 뭐 그냥 유명 관광지는 고사하고, 똘이도 데려간지라 어디 음식점도 못 가는 상황으로 인해 숙소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어야 했습니다..

 

눈 치우기를 포기한 듯한 속초의 전경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왕 온거 맛집 하나는 가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찜 해놓은 가게에 연락해 애견 동반이 가능한지 물어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소형견은 괜찮아유~'라는 확답을 받고, 살얼음 같은 길을 조심조심 걸어 가게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찾아간 오늘 소개할 가게 '옛골' 입니다.

 

속초 맛집 옛골 외관

 

 

속초 옛골

속초 옛골은 33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속초의 오래된 식당 중 하나입니다. 속보 갯배 선착장 근처 먹자 골목 거리 같은 곳에 위치해 있는 옛골은 집맛을 가득 담은 해산물 요리로 유명합니다. 불향 가득한 낙지볶음, 빼먹을 수 없는 계절 메뉴 도루묵 조림, 시원한 물곰탕 등 다양한 한국식 가정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가게입니다.

 

 

∙ 주소 : 강원 속초시 청초호반로 321-1

∙ 전화번호 : 033-631-5010

∙ 영업시간 : 매일 07:30 - 20:30, 매주 화요일 휴무

 

 

문 앞에는 6년 연속 블루리본 서베이 인증을 받은 스티커가 투박하게 붙어 있습니다. 뭔가 이렇게 삐뚤빼뚤 붙어 있는게 이상하기 보다는 오히려 가게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블루리본 서베이에서 6년 연속 인증을 받은 속초 맛집 옛골

 

 

내부는 정말 일반 시골집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할머니집인지 식당인지 분간이 어려운 내부에 추운 겨울임에도 따뜻함마저 느껴졌습니다. 식당 테이블 있는 곳에서부터 주방까지 자연스레 한 공간처럼 연결된 구조부터 시작하여, 누런 나무색 바닥, 벽에 붙어 있는 달력, 증명사진 등 뭔가 편안한 분위기에 취하는 느낌이랄까....

 

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나는 속초 옛골 내부1

 

 

 

 

좌석은 좌식형은 없고 전부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뜻한 바닥에 앉아 먹는 구조이기까지 했다면 정말 먹고 누워 잠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벽지도 뭔가 촌스러운거 같으면서도 시골집을 생각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위생적이고 깔끔한 음식점도 좋지만, 시골에서는 이런 분위기정도는 가볍게 허용?되고 오히려 반갑더라구요...

 

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나는 속초 옛골 내부2

 

 

가게 안 쪽으로는 방 구조로 좌석이 준비되어 있으며 문 또한 미닫이로 가정집 분위기를 한번 더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참고로 코로나로 인해 좌석 간 자리 간격 두는게 있으므로, 피크 시간대에는 조금 더 웨이팅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으니 조금 일찍 가시거나 늦게 가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가정집 분위기가 물씬 나는 속초 옛골 내부3

 

 

아래는 옛골의 메뉴판 입니다. 메뉴판 마저 가격이 수기로 적혀 있는걸 보고 역시 시골스러움을 한번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두려웠던 싯가라는 글자는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했구요.

 

크게 요리는 탕종류, 찜종류, 조림류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원래는 낙지볶음을 먹으려 찾아왔으나, 겨울에만 맛볼 수 있고, 별미 중 하나라는 아구수육을 손님들이 여기저기서 시켜 먹고 있는걸 보고 저랑 엄니도 이걸로 시켰습니다. (팔랑귀)

 

속초 옛골 메뉴판

 

 

집맛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도, 국내산까지 사용한다고하니 '손맛만 제대로 더해지면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아무튼 생선까지 다 국내산이라니 탈날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당.

 

 

 

착한 사장님 덕분에 식당에 들어올 수 있었던 똘이. 오랜만에 근황도 알릴겸 사진 한번 올려보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똘이가 뭐이리 낑낑되던지, 식당 와서도 너무 낑낑 소리를 내어 주변 식사하시는 분들께 너무 죄송했습니다. 찬 나오기 전에 상 위에 올라와서 하극상 벌이는 중....

 

뭘봐, 주인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 기본 반찬들이 상 위에 세팅됩니다. 가게에서 직접 조물조물 하나씩 만든 반찬들은 집에서 볼 듯한 접시에 정갈하게 올라간 채 저희들의 상 위에 살포시 올라옵니다. 뭔가 다 소박하고 평범해 보이는 반찬들 같지만 하나하나가 간이 아주 잘 되어 있고, 맛도 아주 일품입니다. 그냥 저 반찬에 된장찌개랑 계란 후라이만 있어도 맛있는 한끼 가능하다고 봅니다...

 

속초 옛골 기본찬 세팅1

 

 

요거는 위에서 찍어본 반찬샷.. 크린타워만 없으면 그냥 일반 가정집 찬 구성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비주얼입니닷.

 

속초 옛골 기본찬 세팅2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구수육이 나왔습니다. 삶아 내어 물기를 뺀 고기를 '수육'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렇게 냄비에 국물과 같이 나와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아구수육을 가져다 주시며 사장님께서 먹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아구는 이미 조리가 완료된 상태로,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국물을 함께 넣어 약불로 살짝 데펴 먹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운데 있는 아구 간을 먼저 먹고 난 후에, 국물 아래에 있는 미나리랑 아구 살을 같이 먹으면 된다고 하네요.

 

일단 이게 '소' 사이즈가 맞나 싶을만큼 아구의 양이 엄청납니다. 몇 만원짜리 아구찜 먹어도 아구는 고사하고 콩나물과 사투를 벌여야 했던 지난 날의 아픈 기억들이 한번에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속초 옛골 아구수육 소사이즈, 50,000원

 

 

아구간은 이웃 나라인 일본에서는 안키모라고 부르며 거위 간 요리인 푸아그라와 맛이 비슷하다고 하여 바다의 푸아그라라고 부르기도 한다네요. 사장님 왈 아구간은 매우 부드러워 젓가락으로 집으면 다 부서질 수 있기에 국자로 조심히 떠서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아구수육 소사이즈, 50000원

 

 

조심조심 떠서 앞접시로 가져온 아구간을 먹어보았습니다. 음...  개인적으로 신선하고 비릿한 맛은 없었지만, 황홀하게 맛있거나 감탄할 맛은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 식감은 두부 같기도 하고 그냥 비린내 안나는 푸석한 맛..? 결국 이 귀한 음식은 똘이가 지분을 상당히 차지하며 잘 먹었습니다....

아구수육이 들어있는 아구간
바다의 푸아그라 아구간, 안키모!

 

반면 진짜 저 아구살은... 감동이었습니다. 쫄깃 탱탱하면서도 생선이 맞나 싶을 정도로 비릿한 맛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동안 제가 먹었던 아구는 아구가 아니었다는 느낌이랄까... 아구찜 아구는 살도 별로 없고 저런 쫄깃한 식감도 느낄 수가 없었는데, 쟤는 어찌 저런 맛이 나는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속초 옛골 아구수육의 아구 살과 간

 

 

이 맛은 저만 반한게 아니었습니다. 아구간을 한번 맛본 후 똘이도 음식에서 눈을 떼지를 못하네요... 제 앞에 있을 때는 다르 위에 앉아서 제가 먹으려는 걸 뺏어 가기도 했습니당... 밑에는 엄니 옆에 가서 호시탐탐 자기 입에 들어올 걸 노리는 중...

 

 

 

이렇게 가족을 애절하게 쳐다 본 적이 없던 애인데... 옆에 있던 손님이 보고 웃으시더라구요....

 

 

 

아 그리고 아구 뿐만 아니라 이 국물도 별미 입니다.. 원래 맑은 탕 개인적으로 안 좋아하는데,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아주 묘미입니다.. 애주가라면 그냥 못 넘어 가실 맛이리라 봅니다.. 아구는 처음에 많은 줄 걱정했지만 정신 없으 먹으니 다 클리어 했네요...

 

아구수육의 시원한 국물, 미나리와 고추가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을 만들어 줍니다.

 

 

먹기 전에는 다소 가격이 비싼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맛있는 반찬과 메인 요리를 즐기고 나니 이런 생각도 사라졌네요~ 속초에서 술이 너무나도 생각난다면, 해장이 너무 나도 생각 난다면 꼭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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